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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걷다가 보이는 풍경의 높이가 평소와 같다면 길 위에서 보이는 눈높이와 하늘의 크기는 다르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 장르가 '로드무비'라는 개인적인 선호도에 다름이 아닐 수 있다. 계획된 여행의 백미가 예상 가능한 풍경이겠지만, 일상 속에 묻혀갈 수 있는 도로 위에서의 움직임과 매일 보는 장면인데 느낌이 새삼스러울 때. 가슴 속에 작은 빗물처럼 스며드는 소소함이지만 카메라를 꺼내어들게 하는 힘이 있는 듯 하다. 다들 한번은 봤음직한 흔한 풍경과 조우할 때, 마침 옛 생각이라도 하고 있었다면 구름이 갈라지면서 만들어내는 오후의 빛이 그저 사사롭지만은 않을 것이다. 삶은 오늘도 도로 위에서 기억을 따라가듯이 구름 위에 반추되어 흐른다. 동시에 흐르는 시간만큼 나는 또 늙어가고 사진으로 남겨진 흐릿한 영감들은 마.. 더보기
장봉도 장.봉.도. 행정구역상 인천광역시 소속. 섬이기 때문에 배로 갈 수 밖에 없어서 오히려 그것이 더 매력적인 곳. 서울에서 이렇게 가까운 곳에 한적함이 있다는 것은 (여름 성수기는 제외) 거의 축복에 가깝다. 유난히 섬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2층 갑판에서 느낄 수 있는 바람과 햇살, 그리고 물결 속에서 번지는 비릿한 내음만큼 일탈의 기쁨을 주는 것은 없다. 어디론가 향한다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지만 길이 아닌 것 같은 곳을 가로질러 가는 느낌. 배로 향할 수 있는 섬이 가지는 아련함이기도 하다. 물론 섬 안에서의 고즈넉함은 보너스. 동해안의 거센 파도는 없지만 오히려 잔잔함이 마음을 따스하게 해주는 서해만의 뭉클한 일몰. 도시의 일상에서 도저히 느낄 수 없는 여러가지 것들이 짧은 1박 2일 여행 속에서 .. 더보기
겨울, 소양강 댐 춘천과 관련된 겨울의 기억은 제법 있는 편이다. 군 생활을 홍천에서 했지만 102 보충대 입소 이후로 춘천과 인연이 있었던 듯 하다. 그 이후 공지천, 중도 유원지, 소양강 댐 등 여기저기 추억이 담겨 있어 늘 예사롭지 않은 느김으로 남은 곳. 특히 겨울의 소양강 댐 근방은 귀를 저절로 막게 할 만큼 매서운 칼바람이 서린 곳이지만 한여름의 뜨거움으로부터 느끼는 청량감의 호수와는 달리 가슴이 미어질 만큼 뭉클한 겨울의 감성이 있어 사진으로만 봐도 마음이 절절해진다 ... 돌아가는 귀로가 눈길이라면 더욱 배가될 만한 쓸쓸함. 오히려 그것을 즐기는 것이 춘천을 다녀오는 나만의 방법이다. - Black ID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