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가 보이는 풍경의 높이가 평소와 같다면
길 위에서 보이는 눈높이와 하늘의 크기는 다르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 장르가 '로드무비'라는 개인적인 선호도에 다름이 아닐 수 있다.
계획된 여행의 백미가 예상 가능한 풍경이겠지만, 일상 속에 묻혀갈 수 있는 도로 위에서의 움직임과 매일 보는 장면인데 느낌이 새삼스러울 때.
가슴 속에 작은 빗물처럼 스며드는 소소함이지만 카메라를 꺼내어들게 하는 힘이 있는 듯 하다.
다들 한번은 봤음직한 흔한 풍경과 조우할 때, 마침 옛 생각이라도 하고 있었다면 구름이 갈라지면서 만들어내는 오후의 빛이 그저 사사롭지만은 않을 것이다.
삶은 오늘도 도로 위에서 기억을 따라가듯이 구름 위에 반추되어 흐른다.
동시에 흐르는 시간만큼 나는 또 늙어가고 사진으로 남겨진 흐릿한 영감들은 마음 속에 저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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